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스스로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는지를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며 살아왔지만, 실상은 내가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목표와 성취를 말하면서도 정작 하루의 대부분을 잡다한 일에 쏟고 있었다. 효율을 추구했지만 방향은 없었고, 바쁘게 움직였지만 본질은 비어 있었다. 그 깨달음은 충격이었고 동시에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시간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바쁜 것이 곧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고, 출근길에는 뉴스와 메시지를 동시에 보았다. 회의와 업무로 꽉 찬 하루가 끝나면, 피로를 핑계로 소파에 눕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그저 하루를 버텼다는 안도감만이 남았다. 하지만 어느 날 퇴근길, 창밖으로 스치는 어둠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 질문은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일을 하고 있는 나’에 취해 있었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를 기록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난 시각부터 잠들기 전까지 한 일을 모두 적었다. 기록이 쌓일수록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나는 집중이 가장 잘 되는 오전 시간을 이메일 확인과 잡담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업무 중간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고, 작은 방해가 하루 전체의 리듬을 무너뜨렸다. 하루의 절반은 ‘의식 없이 반응한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마주하자 부끄러웠다. 나는 시간을 관리한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시간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시간을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오늘 내가 꼭 집중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을 정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방해받지 않도록 환경을 바꿨다. 스마트폰 알림을 꺼두고, 단순히 한 가지 일에 몰입했다. 처음 며칠은 불안했다. 뭔가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았다. 하지만 점점 나는 ‘의식적인 시간’이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게 되었다. 짧은 1시간이 예전의 3시간보다 훨씬 값졌다. 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이해했다.
나는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30분은 독서, 점심 이후 10분은 산책, 저녁에는 하루의 성찰을 기록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습관이 내 삶의 균형을 바꿨다. 예전에는 쉴 틈이 없다고 느꼈지만, 오히려 시간을 나눠서 쓰니 하루가 더 길어졌다. 루틴은 나를 구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자유를 주었다. 나는 하루를 통제하기보다 하루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끝에 느끼는 피로 대신 충만함이 자리 잡았다.
나는 이제 시간이 빠르거나 느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시간을 어디로 흘려보내고 있느냐였다. 예전에는 남보다 빨리 움직이려 했지만, 지금은 나만의 속도로 걷는다. 나는 시간을 쫓던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간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내 삶의 리듬을 되찾게 했다. 나는 이제 바쁜 하루보다 가치 있는 하루를 선택한다.
나는 한때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안다. 시간은 언제나 충분했다. 부족했던 건 나의 ‘집중’과 ‘의식’이었다.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시간을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매일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기준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나는 시간을 느끼며, 그 안에서 의미를 쌓아가고 있다. 그 깨달음 이후로, 나는 여유 속에서도 몰입할 줄 알게 되었고, 조급함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게 되었다. 시간은 내게 가장 큰 스승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시간을 통해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